올미 아트스페이스 기획, 들녘에 부는 바람 (Wind Blowing on the Feild)展
전시작가 | 이용순 Lee yong s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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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24-03-05(화) ~2024-03-28(목) |
초대일시 | 2024-03-05 04:00 PM |
들녘에 부는 바람
벌레들의 소리가 바람에 밀려 떠나가고 어둠이 스미는 들판에 혼자 남았다.
아주 먼 곳에서 이따금씩 깜박이는 불빛이 어둠속으로 흩날리고 그 것은 유일하게 소멸된 기억을 깨우는 요인이며, 어쩌면 이 들판과의 이별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경고등인지도 모르지만 그 무렵의 나는 온 몸으로 그 어둠속을 파고 들고 있었다.
사진은 진실이 일으킨 난반사들이다. 사건에 대하여, 사고에 대하여 올바르게 작용하는가의 문제다. 하여 소재를 주제로 삼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한다. 그 것은 사진이라는 것이 시각이라는 사각형 안에 머물 때 가능한 것이기에 그렇다. 여기에 몇 가지의 소재를 제시한다. 안개, 비, 적단풍 나무와 사막에 대한 것이다. 이 소재들은 온통 내 기억들과 관계한다. 모든 내 기억은 과거의 사건이나 생각과 결부되어있고 그리고 그 것을 사진으로 환원하는 것은 현재의 시간에 그 기억을 소환하는 것이다.
허무의 들판으로 바람이 분다. 그러나 그 바람은 들판에 머물지 않고 내 심장으로 일그러져 들어오고 나는 검은 피를 대지에 각혈한다. 시간은 사고가 쌓아진 길이이다. 어떤 기억을 머리는 지우라고 한다, 그러면 심장은 더욱 더 그 것을 깊은 곳으로 꽁꽁 감추고 만다. 끝내는 악몽을 소중한 기억으로 숨기는 것이다. 나에게 사진은 그 기억이다, 그 시간이다, 들녘의 바람처럼 대지에서 심장으로 들어 온 바로 그 사건들이다.
들녘의 끝, 얕은 산등성이 짙은 검은색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내가 그 곳으로 향해야 한다, 서글픈 어둠이 유혹하는 그 대지 속으로 걸음을 해야 한다.
2024년, 이용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