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으로 가는 지도_캔버스에 아크릴_130.3×162.0㎝_2021-2022
자궁으로 가는 지도_캔버스에 아크릴_72.4×61.0㎝_2022
자궁으로 가는 지도_캔버스에 아크릴_112.0×162.0㎝_2021-2022
자궁으로 가는 지도_캔버스에 아크릴_116.7×91.0㎝_2021-2022
자궁으로 가는 지도_캔버스에 아크릴_162.0×130.3㎝_2022
자궁으로 가는 지도_캔버스에 아크릴_130.3×194.0㎝_2022-2023
자궁으로 가는 지도_캔버스에 아크릴_130.3×162.0cm_2023
전시개요:
어디를 가도 망막을 현혹하는 작품이 즐비하는 시대 속에 살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더 낯섦,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데에 만족스러운 문화 소비를 하고 있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딜레마. 그 갈증의 해소는 어쩌면 우리가 당연시하게 여겨왔던 ‘미’를 배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근대의 거대하고 은밀한 뿌리였던 망막예술을 거부하고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열었던 다다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보편적 시각의 ‘미’를 독자적인 방식으로 배제시킨 작가로서 정복수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그 해소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의 반대편에서 작가가 새롭게 건립하는 신체미학을 통해 뒤샹이 정의하려고 했던 “망막으로 보는 예술이 아닌 정신으로 보는 예술”의 맥을 짚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오늘날의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탈피, 낯섦으로의 초대를 돕는 또 다른 경로를 탐색할 수 있다. 이를 목적으로 본 전시에서는, 신체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내면의 본능에 충실하여 독특한 시각으로 ‘본질적인 인간’을 해석하려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가치를 조명하고자 한다. 나아가 보편적인 ‘미’를 추구하는 것으로부터 잠시 거리를 두고, 작가의 정신세계와 공유되는 비가시적 형상에 주목함으로써 낯선 것을 응시하며 ‘미’ 없이 ‘미학’을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 글 올미 아트스페이스
정복수의 근작, 「자궁으로 가는 지도」
영원한 청춘일듯하던 인생도 종국에 는 맞닥뜨리는 게 있다. 생명체라면 모두 피할 수 없는 운명, 생장해서 성숙해지 는 만큼 소멸이 가까워지는 게 세상 이치다. 생명의 끝 지점. 자궁으로부터 출발 했으나 결코 자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그런 회귀 불가능은 더욱 회귀에의 욕망을 증폭시킨다. 그 도저함의 사막에서 마지막 한 방울 생명수가 모래 사이로 스 며들어 버렸을 때, 마침내 우리의 모든 기억에서 자궁이 지워지는 암전 상태가 된 다. 페이드 아웃. 디 엔드. 이름하여 죽음.
정복수의 그림엔 항상 무엇인가 하는 인간들이 즐비했다. 50여 년의 화력을 돌이켜보면 초지일관 무엇인가 행위 하는 인간을 그렸다. 뱉고, 욕설하고, 먹고, 마시고, 싸고, 싸우고, 자위하고, 섹스하고, 거부하는 인간들. 그야말로 본능의 상태에서, 짐승과 같이 생존의 원초적인 욕망이 가득한, 생래적으로 죽음과는 거 리가 먼 듯한 살아있는 인간들의 생존경연장이자 투기장이었다.
그 숱한 공격적 동사형의 인간을 그리던 정복수도 이제는 그의 그림의 출발 지점인 10대 시절보다 좀 더 먼 과거를 유영해보려는 모양이다. 출생의 기표인 지문과 손금이라는 나침반을 꼼꼼히 분석하면서, 또 타고 난 눈빛과 얼굴과 성정을 참조하면서, 성장하면서 경험했던 사건들과 섭취했던 온갖 욕망을 하나 둘 해체 하며 「자궁으로 가는 지도」를 그리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생은 회갑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는 미래에 의 욕망과 그에 비례하는 기억의 축적이 느리게 진행되고, 그 이후에는 과거로의 회귀 욕망의 증대와 추억을 망각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생태성으로 구성된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를 화 두로 삼았으되, 결국은 그 중간 지대인 현실에서의 번뇌와 고통과 헤맴으로 인해, 자궁으로 회귀하는 길을 찾지 못하는 것 일게다.
그래선가, 이번 근작들에선, 정복수 특유의 이빨, 성기 노출, 사정과 같은 이미지들은 많이 소거 됐다. 대 신에 '자궁으로 가는 지도', '깊은 인생', '너무 깊은 생각', '생각의 입', '생각의 핏줄', '신神을 찾는 방법', '인간 은 무시무시한 벌레' 등과 같은 철학적 사유를 동반하는 제목들이 등장한다. 화가도 인간인 이상 그의 나이 에 비례해서 자기 존재성이나 내면을 반영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 그만큼 삶에 대한 내밀한 관념 과 인식을 화면에 드러내게 된다. 정복수의 근작도 이런 경향을 여지없이 반영한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정 복수의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여전히 치열하다. 힘을 빼려는 자의, 힘을 빼는 과정에 집중하는 치열성이라고 해야 하나. 그림 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채굴하고, 다시 묻고, 또 그 옆의 구멍에 천착해서 관통하고 나간 뒤 근처에서 돌아오기 위한 구멍을 다시 판다. 그림 그리기에 대한 정복수의 기본적 태도다. 버리기 위해서 버 리는 것에 더 깊이 몰두하는 습관이나 체질과 같은 태도 말이다.
한편, 그 치열한 자궁으로의 회귀 욕망과 기억과 기록을 더듬는 정복수의 진술은 남은 삶에의 욕망이자, 더불어서 죽음의 길을 순연하게 찾기 위해 작성하는 지도다. 정복수에게 그림은 그 지도를 제작하는 것으로 부터 그 지도에 표기하는 메모와 주의사항들을 꼼꼼하게 형상으로 확인하는 절차이기도 하고. 자궁에서 나 왔을 때부터 그의 의식에 지문처럼 새겨진 죽음에 대한 메멘토 모리를 통해 끊임없이 의심-저항-확인-수 용해온 지난 50년의 작업적 변증이, 정복수에게는 자궁으로 돌아가고픈 그의 본능과 의지의 생산 과정이었 다고 하겠다. 기실, 그게 화가의 일이다. 그가 출발해서 떠나왔던 자궁 입구를 찾기 위해 그리는 삶과, 마침 내 그곳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그리기를 멈추는 것 말이다. 그 궤적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표현하는 게 바로 작가적 삶과 죽음의 표지일지니, 여적 그리고픈 인간이 많다는 정복수에게 「자궁으로 가는 지도」는 또 새 로운 인간 유형을 탐색하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67년을 걸어온 만큼 회귀하는 길 또한 만만치 않게 길 터 이니, 그가 그릴 인간들은 아직 많이 남았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격렬한 본능보다는 존재를 사유하고 탐 색하는 깊은 인간형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유추해본다. / 김진하(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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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이력 [수상내역]
정복수 (1957~) JUNG BOC-SU / 丁卜洙
1985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주요개인전>
2023. 자궁으로 가는 지도 展 (올미아트스페이스, 서울)
2019. 31회 이중섭미술상 수상개인展 (조선일보미술관,서울)
2019. ‘낙원에서 온 편지’ 展 (카라스 갤러리,서울)
2019. 뼈⦁살⦁피展(스페이스 몸 미술관 기획, 청주)
2018. 몸의극장 展(갤러리 세인 기획, 서울)
2017. 제13회 송혜수미술상 수상개인展 (금련산역갤러리, 부산)
2017. 가출한 화가展 (대안공간 사루비아다방 기획, 서울)
2017. 정복수의 부산시절展 (미광화랑 기획, 부산)
2016. 정복수의 80년대展 (아트센타 쿠 기획, 대전)
2015. 화가의 자궁展 (트렁크갤러리 기획, 서울)
<주요그룹전>
2021. 신자연주의 리좀이 화엄을 만날 때 (전북도립미술관)
2019. 해남국제수묵워크숍展 (해남문화예술회관,행촌미술관)
2018. 경기 아카이브 지금展 (경기도미술관)
2018. 홍콩한국문화원 개관기념<접경개화>展(홍콩한국문화원)
2018.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展 (대구미술관)
2017-8. 균열展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7. 감각의 언어, 몸展 (오승우 미술관, 무주)
2017. 신자연주의 미학展-가나인,정복수2인展 (경인미술관,서울)
2016. 부산비엔날레展 (부산시립미술관)
2016. 동학展 (전북도립미술관, 완주)
2015. 80년대와 한국미술展 (전북도립미술관)
기타
■ 수상
⦁제13회 송혜수미술상 ⦁제31회 이중섭미술상
■ 작품소장기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전북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