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가다]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웃음'...어린 시절은 특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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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원 기자
- 승인 2022.10.23 03:55
시간이 흘러 느낀 어린 시절의 특별함
어린이 눈에 비춰지는 동식물과 봄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아무 걱정 없는 듯 순박하게 미소 짓고 있는 시골 소년.
까까머리에 발그레한 볼로 그저 순수하게 웃고 있는 이 소년은 보는 사람도 기분 좋게 한다.
지난 17일 '내외방송'은 서울 종로구 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전시회인 '특별한 너'를 방문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봤다.
노랑 꼬까옷을 입고 장난감 자동차를 끌고 다니는 어린 소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그 옆에는 핀 환한 꽃은 행복했던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려주는 것 같다.
이순구 작가는 "유년기의 기억을 꺼내보니 선명하지만, 색채가 많이 바랬다"고 말한다.
이어 "오래된 원고지 같다"며 "어설피 그려낸 원고지를 닮은 삶은 완벽할 수도 없지만 완벽하고 싶지 않다"고 전한다.
혼자서 원고지에 글을 쓴다면 맞춤법이 정확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빨간 교정부호들이 원고지를 툭툭 건드려줘야 비로소 완벽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린이에게 완벽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이순구 작가는 어린이의 눈에 비춰지는 동식물과 곤충, 봄식물에 관심이 많다.
그저 바라만 봐도 재미있고, 웃음이 나기 때문일까?
노오란 봄꽃이 가득 핀 들판에서 당나귀와 산책을 하던 소년은 꽃의 향기와 산들산들 봄바람을 가득 느꼈을 것이다.
기분이 좋아진 소년은 엄마에게 안기듯 당나귀를 끌어안으며 '깔깔깔' 웃음을 짓는다.
주인이 이리 좋아해주니 기분이 안 좋을 수 있는가.
찬란한 봄하늘빛을 띤 당나귀도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어른이 되기 위한 1차 관문인 청소년기가 찾아왔다.
'우리는 어디서 왔지?', '어디로 가야 하지?' 처럼 하루에도 수많은 물음표가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했다는 이 작가.
청소년들은 웃고 있지만, 아이와 어른의 경계라는 불안함에 이리저리 꽃밭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까까머리 소년은 미소가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뤘다.
자신을 쏙 빼닮은 아들과 아내처럼 미소가 예쁜 딸을 낳은 소년.
행복한 가족 곁에 화사한 꽃도 함께 웃고 있다.
이순구 작가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세상 모든 고민을 짊어진 예술철학적인 무게의 작품이 아니고, 헬륨가스를 마신 목소리처럼 가볍지도 않은 일상을 탐닉하는 자유로운 작품을 만들고자 했던 이 작가.
어린 시절 별 생각 없이 바라봤던 풍경과 일상들은 이제 다시 볼 수 없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 순간이 정말 특별한 것이었음을 이 작가는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오는 31일까지 이곳에서 어린 시절 웃음과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껴보기 바란다.
한편, 이순구 작가는 공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만화영상학을 공부했다.
이후 '이순구: 꽃, 웃음꽃들(2020년)', '이순구: 웃는다(2018년)' 등 총 27회의 개인전을 열고, 250회가 넘는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