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수 화백, 자연의 역설을 흑백의 양가성에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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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불작가 한홍수 화백의 전시가 4월 9일부터 4월 30일까지 서울 종로의 올미아트스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년 여간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작업한 최근작들로, 'De la Nature' 자연의 역설을 주제로 양가성에 대한 표현이다.
이전에는 '천사들이 지나가는 화폭'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십 가지의 옅은 색을 하나의 결로 쌓아 파스텔톤으로 빛을 표현했더라면, 이번 작품들은 가장 단순한 흑과 백, 즉 칠함과 비움의 두 가지 행위만으로 가장 원초적인 자연의 결을 표현한다.
동일 대상에 대한 상반된 태도가 동시에 존재하는 성질을 양가성이라고 하는데, 한 화백은 이번 작품을 자연의 양가성에서 찾았다.
그의 예술은 동양과 서양, 구상과 추상, 영원과 현재, 이상과 현실, 예술과 예술가의 삶, 초월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 성적인 것과 영적인 것, 두 극과 극 사이를 오가는 방황 속에서 시작한다. 한홍수의 회화작업은 이러한 양가성을 수용하는 행위이자, 공존할 수 없는 극단을 한 곳에 수렴하는 행위이다.
운무가 가득한 평화로운 산이 화재로 불타오르고 있다. 격렬하게 포효하는 파도 안에서도 두려움과 공포가 있다.
우리가 보기에 자연은 평화롭고 아름답고 멋지게만 보이지만, 그 내면 깊은 곳에는 죽음이 있고 고통이 숨어 있다.
하지만 그 죽음 뒤에는 또 다시 새로운 생명이 솟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자연의 역설이다.
De la Nature_Oil on canvas_2022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기상, 자화상을 그린 후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시간 이외에 하루의 12시간을 온전히 자연의 본질을 찾아가는 수련의 행위로 보냈다고 했다. 온 세상이 인간 또는 자연재해라는 혼돈에 빠진 시기에, 가장 고립된 곳에서 근본적인 것과의 치열한 싸움을 치른 것이다.
이러한 고독한 전투 속에서 작가는 먹과 목탄이란 원초적 재료와 재회한다. 검은색 바탕의 캔버스, 또는 일필휘지로 그려낸 흑색 붓놀림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비워내고 지워내는 행위를 통해 차갑고 맑은, 깊은 빛을 발산하는 흑백풍경을 선사한다. 이전의 작업은 수없이 겹을 쌓아 자연 또는 도시의 결을 표현했더라면, 이번 작업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시작하여 빛을 향해, 비움의 반복을 통해 세월을 견뎌내는 자연의 결을 표현한다.
이러한 치열한 수련 이면에, De la Nature 시리즈는 평온한 자태로 관객의 이목을 끈다. 묘한 빛을 발산하는 정적인 화폭의 이면에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강력한 충격을 주는 깨달음의 순간이 예고된다. 맑고 유려하게 빛나는 암담한 자연재해의 현장 앞에서, 관객은 인간이 대자연과 재회할 때 느끼는 특정한 긴장감과 평온함이라는 양면적인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구스타브 플로베르는 작가가 특정 주제를 다루며 느끼는 욕망과 환희를 “관능적인 공포”라고 역설한 바 있다. 르네상스의 치아 스코로 화가들이 유화물감을 매개로 빛과 어둠의 관계와 씨름하고, 아폴리네르, 보들레르, 플로베르가 역설을 매개로 미를 추구했듯이, 한홍수는 캔버스에 유화라는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양면성을 탐구한다. 그가 표방하는 모순어법에 따라 논리적인 현실 속에서 공존할 수 없는 요소들이 하나의 화폭 안에 결합하여, 부조리한 현실을 드러낸다.
역설적이고, 부조리하고 시적인 풍경화 속에서, 우리는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 -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끊임 없는 모색에 도달한다. 여러 개의 패널로 펼쳐진 산과 바다의 풍경에서 우리는 인간에 의해, 또는 인간과 무관하게,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의 힘, 또는 솟구치는 생명력과 마주한다. 그곳에 인간은 속절없이 부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부재한 화폭 안에서, 인간의 존재, 관여, 그리고 기원후 지금까지 압착된 인간의 결은 모든 곳에 난무한다.
- Michaël H -
기간 : 2022. 4. 9(토) ▶ 2022. 4. 30(토)
장소 : 올미아트스페이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우정국로 51
전화 : 02-733-2002
allmeartspace.com
【프랑스(파리)=한위클리】편집부
전시장을 찾은 이배 화백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