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로 부유하는 반가사유상…손수민 '위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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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작
시대적 명작 극사실적 기법으로 옮기고
무수한 물방울 얹어 수없이 확대재생산
꺼뜨리려해도 꺼지지 않는 '위대한 유산'
손수민 ‘위대한 유산’(사진=올미아트스페이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연화대 위에 걸터앉아 은근한 미소를 날리고 있는 불상.
왼쪽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올린 반가(半跏)한 자세에 오른뺨에 오른쪽 손가락을 살짝 대 마치 사유하는 듯한 이 모습에 붙은 이름이 ‘반가사유상’(국보 제83호)이다.
누구도 의심치 않는 이 마스터피스는 한국을 넘어 6∼7세기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불교조각품이 됐다.
그런 걸작이 캔버스로 들어왔다. 그것도 단순치 않은 물방울을 몰고.
작가 손수민(47)은 동서고금을 뛰어넘는 시대적 명작을 극사실적 기법으로 옮겨놓는다.
여기까지라면 그냥 평범한 모사에 그쳤을 터. 모사의 극적인 반전을 노린 중요한 도구가 있으니 ‘물’이다.
작가는 다시 그린 명작 위에 무수하게 떠도는 물방울을 얹어 수없이 확대재생산한 명작의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낸다.
“과거에서 오는 새로운 해석이 감정의 교환과 정신의 실체로 더 나은 세상의 역사와 철학을 꿈꾸게 만든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꺼뜨리려 해도 꺼지지 않는 ‘위대한 유산’(Great Legacy·2021)이란 게 바로 그런 거라고.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51 올미아트스페이스서 여는 개인전 ‘위대한 유산’에서 볼 수 있다.
‘고려청자’ ‘달항아리’ ‘진주귀걸이 소녀’ 등, 작가가 전시에 불러낸 또 다른 유산도 함께다.
캔버스에 오일. 116.8×80.3㎝. 작가 소장. 올미아트스페이스 제공.
손수민 ‘위대한 유산’(2020), 캔버스에 오일, 162.2×130.3㎝(사진=올미아트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