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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복의 도깨비뱅크 당신의 ‘꿈의 가격’은 얼마입니까? 금나라 뚝딱! 도깨비은행이 열렸다. 그냥 돈을 저축하는 은행이 아니다. 우리의 꿈이 저장된 특별한‘도깨비뱅크(DOKKAEBI BANK)' 이다. 이 은행에서 발행하는 화폐 단위는 '무한대(∞)' 이다. 각자 원하는 금액을 적어 넣는 백지수표나 마찬가지이다. 그 러다보니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상징물도 제각각이다. 세종대왕, 신사임당, 부처님, 예수님, 수녀님, 로버트 태권브이, 아이언 맨, 남북정상, 위안부 소녀상, 히로시마 원폭장면, 6.25동란 피난민, 조각가 전뢰진, 어머니… 등 돈다발에는 존경받는 위인부터 역사적인 사건과 소소한 개인적 일상까지 다양하게 그려져 있다. 참으로 진기한 은행에서 발행된 특별한 화폐, 내 맘대로 원 없이 쓸 수 있는 돈벼락을 내려준 이는 조각가 김성복이다.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살고자 꿈꿀 수 있는 욕망은 무한합니다. 꿈이란 자기 만족도의 바탕위에 그려집니다. 때문에 개인의 만족 도는 서로 다르고, 꿈의 크기와 모습 역시 제각각으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모든 욕망이 현실에서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 닙니다. 또한 꿈과 사회적 성공을 결부시켜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대개 ‘꿈을 실현하다’는 말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하 다’라는 의미가 포함됩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성공의 목적에 돈이라는 수단을 부정할 수 없는 것도 그 연장선입니다. ” 이번 올미아트스페이스의 김성복 기획초대전에는 200여점이 넘는 돈다발 작품과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대형 도깨비방망이와 꿈 수저 등이 1ㆍ2층 전관에 선보인다. 특히 2층에는 108개의 돈다발을 반자에 낚시 줄로 매달아서, 마치 하늘에서 돈벼락이 쏟 아지는 형국이 연출된다. 짐작이 되겠지만, 108개는 인생사의 온갖 시름과 고난의 ‘백팔번뇌(百八煩惱)’를 대변한다. 그 불안 함과 갈급함을 본인 심성과 감성의 맞춤형 돈벼락으로 위로해준다. 마침 전시 기간엔 석가탄신일이 포함되고, 전시장은 대한불교 조계종 총본사인 조계사(曹溪寺) 일주문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의미가 더욱 남다르게 인식된다. “자본주의 사회에 ‘열심히 해봤자 금 수저 이길 수 없다’는 패배 의식은 청춘들의 꿈과 희망적인 도전을 무너뜨리며, 열등감 과 좌절감을 낳습니다. 끊임없는 경쟁과 노력, 쉼 없이 발전을 요구하는 환경 속에서 청춘들은 지칠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런 현실 을 반영하여 만든 것이 ‘도깨비뱅크의 돈다발’입니다. 하늘에 돈다발이 가득한 것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잠시나마 돈벼락을 맞 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비록 도깨비뱅크가 현실이 아닌 허구의 세계이지만, 잠시나마 지친 이들이 전래동화 속에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의 주인공이 되어 보길 기대해 봅니다.” 김성복의 최근 신작 ‘도깨비뱅크’ 시리즈가 정감이 넘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 많은 돈다발 작품들이 모두 순수한 수작업으 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가로 18cmㆍ세로 8cmㆍ두께 5cm 마호가니(mahogany) 나무를 깎고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 것이다. 북아메리카의 남부와 인도 서부, 브라질, 중남미 등이 산지인 마호가니나무는 아름다운 물결 모양의 나뭇결이 매력이다. 이 나무를 끌로 깎아 돈다발 형태로 만든 후, 오랜 시간 사포질로 연마작업을 한 이후에 하나하나 세밀하게 형상들을 그려 넣은 것이다. 어떤 것은 오랜 세월을 이겨낸 어르신의 부적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것은 미래를 한창 꿈꿀 한 어린이가 좋아했던 히어로가 등장하기 도 한다. 그렇게 꿈의 돈다발에는 다양한 내용과 주제가 담겼다. 김성복 작가가 꿈이라든지, 도깨비 방망이 등의 소재를 작품에 등장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초창기부터 조각가 김성복 은 ‘한국인의 강인한 의지와 꿈’을 트레이드마크로 삼아왔다. 그가 표상으로 내세운 인물상은 마치 현대판 ‘사천왕(四天王)’ 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김 작가의 대표작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는 세계의 중심이라 여겨졌던 수미산 중턱을 지키고 선 사왕천 의 위용을 닮았으며, 그 의연한 자태는 보고만 있어도 참으로 든든하다. 이어서 호랑이 형상을 민화 속의 친근함으로 해석한 <신화 (神話)> 시리즈, 도깨비 방망이로 꿈과 희망을 강렬한 인상으로 엮어낸 <금 나와라 뚝딱> 작품들 역시 김성복이 일상에 지친 현대 인을 어떻게 위로해주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준 사례들이다. 우리는 누구나 꿈과 욕망을 지니고 살아간다.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등을 맞대고 있다. 꿈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담보해주는 ‘순수한 열정의 염원’이라면, 욕망은 지금 당장에 획득하고 싶은 ‘이기적 집착’일 수도 있다. 꿈이 현실과 가까워지려면 욕망 이란 원동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 돈(화폐)는 아주 긴요한 연료가 되어준다. 그렇다고 장작으로 찰진 밥을 곧바로 맞바꿀 수 없 듯, 그 돈으로 꿈을 살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조각가 김성복의 이번전시에 선보인 ‘도깨비뱅크―돈벼락’ 신작이 더욱 큰 위안 을 준다. 나이가 많건 적건, 꿈이 메마르지 않도록 감성적으로 촉촉하게 지켜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덕분에 더없이 소중한 꿈의 무게를 지켜낼 수 있다. 만약 살 수 있다면, 당신의 ‘꿈의 가격’은 얼마인가요? ■글_김윤섭(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미술사 박사)